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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9

카페북 시연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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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북 시연을 했다.
카페북이란 무엇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만드는 데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게 슬프지만, 지구는 돌고 있는데 안 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행사가 으례 그렇듯, 시연은 '고객을 위해' 이런 것을 생각하고 만들었으니 애용해 달라는 내용이었고, '고객들의 입장'은?
굳이 밝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가 일일이 물어 본 것도 아니고, 검색하면 다 나올 테니까.

어쨌건 간에 내 코드의 흔적이 묻어 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사실 자체에 만감이 교차한다.
미우나고우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세상에 내보낸 결과물이니, 그에 대한 감회를 흔적으로 남긴다. 속시원히 말할 수는 없을 지라도.

2009/12/18

드디어 iPhone 을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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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샀다. 나오자마자 산 것은 아니지만 iPhone 이 절대선은 아니기에, 나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지속적인 요금 지출이었는데 적어도 지금 쓰는 전화기보다 요금이 더 나오지는 않는다.

이미 Apple 제품들 여러 가지 - Mac mini, MacBook Pro, Time Capsule, Wireless KeyBoard, Mighty Mouse, ... - 를 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뭔가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다. 때로는 치명적이라 느끼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타임캡슐의 경우 ftp/ssh/nfs 는 지원하지 않고 오직 afp 만 지원한다는 점 등...

어떤 기기도 단점이 없을 수는 없고, 아직 제대로 써 보지도 않았으니 단점을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뭔가 애플 특유의 불합리함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아이폰을 택했는데, 아이폰을 써 보고 싶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다. 한편으로는 국내 대기업, 특히 '삼X' 에 대한 혐오감이 너무나 컸다는 점도 작용했다. 장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이지만, 아이폰이 나오고 반응이 좋으니까 그제서야 X니아2(이름도 개떡같아 별로 부르고 싶지 않다)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지를 않나... 치사하고 옹졸하게도 KT 용으로 발매하는 제품에는 'X니아' 라는 이름을 빼버리지를 않나(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더 낫다. 그 이름 자체가 혐오스러워서)...
그게 글로벌 기업이라 자부하는 것들이 할 짓인가? (사실 기업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요즈음 이런저런 책들을 읽고 있다. 별로 좋아할 수 없는 일본조차도 '고객을 위해서' 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데 '삼X' 가 한 일은 대체 뭔가?
무릇 스마트폰이라 함은 'application'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하드웨어 사양만 잔뜩 높여서 가격만 엄청 올려 놓았다. 그야말로 덩치만 큰 무뇌아들을 양산한 것이다(실제로는 아이폰보다 스펙이 높지도 않은데 혹세무민하고 있다).
물론 3개 통신사도 이런 부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아이폰 발매를 시행한 KT 조차도.

2009/12/16

담배는 과연 그렇게 해로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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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담배를 피웠다. 나름 끊으려고 노력중이고, 요즈음에는 하루에 한두대 정도 필까말까지만 아직 끊었다고 할 수는 없겠다. 누군가 말하기를 담배는 일단 손댔으면 끊을 수 없다고, 그냥 평생 안 피는 것이라고 한다.

담배를 필 때 나오는 해로운 물질은 니코틴과 타르 뿐만 아니라 수천을 넘는 화학물질들이 나온다고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니코틴과 타르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물질 목록들이 눈에 띈다.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 등... 이건 도저히 자연 상태의 식물에서 나올 수 없는 것들이 아닌가? 혹시 토양이 오염되어 축적된 것이라 치면, 다른 채소류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지금 파는 담배는 그냥 단순히 담배잎을 말려 발효시켜서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다양한 풍미를 내기 위해 모종의 가공을 하는 듯 한데 그 때 들어가는 '첨가물' 들이 아마 그런 물질들의 모체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천연 상태의 담배라고 해서 몸에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렇게까지 나쁠 것 같지는 않다.
담배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담배 자체보다는 각종 첨가물들이 그 원흉이 아닌가 싶다. 정말 그렇다면 담배는 정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2009/12/13

투자한 시간이 가져오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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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 중 적어도 개발 실력 면에서 나를 비롯한 주변 동료들보다 실력이 몇 단계 월등한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가 머리가 정말 좋아서 그런 것인지, 실제 경력이 나보다 상당히 길어서 그런 것인지 - 나의 경우로 따지자면 나는 만 7년 좀 넘는 시간, 그 친구는 전공까지 포함시켜 계산하기는 했지만 11년 - 정확하게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나름 관찰해 본 바에 의하면 상당 기간에 걸친 시간 투자 없이 그런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그 친구 머리가 비상하다고 해도.

이미 그 친구는 학부 시절부터 TDD 에 대한 훈련을 해 왔었다. 본인 말에 의하면 그렇지만, 그 말은 충분히 믿을 만 했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으나 복학한 이후인 2002,3년 무렵부터라 해도 6~7년 동안 고민하고 훈련을 해 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에 내가 TDD 책을 '읽은' 것이 아마도 2006년도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TDD 가 무엇인지, 그 위력을 실감한 것이 2008년도였으니, 그 차이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흔히 이런 일에 대한 예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다. 결국 이 이야기의 교훈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가 예로 등장하는 것은 전혀 공감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더 좋은 예가 있을까 싶지만 예시 자체가 식상한 면도 있고 실제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 오히려 화자의 의도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꾸준함은 당할 수가 없다는 것을 수긍하게 해 준다. 돈을 모으는 것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누구나 복리의 마법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 열매를 맛보기 위해서는 지루하리만치 긴 시간 동안 복리투자를 실천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역시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이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는 얘기라 감은 바로 온다.

많은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꾸준함이 가져오는 열매에 대해서. 나는 너무 날로 먹으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9/12/04

가끔씩 보이는 '_' 는 대체 왜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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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포스터나 프레젠테이션 자료, 목차 등을 보면 '_' 를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목적과 수단 _17
이런 식이다. 대체 왜 '_' 를 저런 곳에 사용할까? 항상 발견할 수 있지 않은 것을 보면 반드시 저렇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어렸을 적 - 특히 컴퓨터가 지금처럼 널리 퍼지지 않았던 때 - 에는 저런 표현을 볼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듯 싶다.

실제로 뭔가 만들다 만 것 처럼 보인다.

정말로 궁금하다.

2008/04/12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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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일부 방송 매체에서 온통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이 드디어 우주인을 배출한다고 말이다.

퇴근길에 버스 안에서 생중계를 보면서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의 나라 로켓에, 남의 나라 조종사에, 남의 나라 관제시스템에... 대체 뭐하러 하는 것인지.

다음날 이런저런 소식들을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나 하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NASA 에서는 '우주 참가자' 라고 해 놓았다. 혹자는 우리가 미국 로켓을 안 쓰고 러시아 로켓을 사용해서 배가 아파 그런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100% 맞는 말이다.

이미 소련이나 미국은 지난 60년대에 유인우주선 발사를 성공했다. 당시는 서로 경쟁하던 시절이라 돈이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금전적인 문제는 그렇다 치고, 지금 우리가 그만한 기술이 없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설마 우리가 아무리 뒤처졌기로서니 50년 전 기술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할까? (이런 믿음이 틀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로켓을 만든 것이 아니다. 관제 시스템에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우주선 조종을 한 것도 아니다. 얼마 전에 같은 형식으로 다녀 온 미국 갑부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다른 것이 있다면 운이 좋아 당첨되어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

우주 '여행'하기 위한 무중력 훈련 같은 거 조금 받아봤다고 과연 그 사람이 얼마나 우주 산업에 보탬이 될까? 그런 프로그램을 우리가 개발하지도 않았고, 우주선 조종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으며, 심지어 우주선 외벽에 붙이는 내열 타일 하나조차 우리가 신경쓴 것이 없는데, 단 한 명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을 200여 억 원이나 들여 우주에 갔다 오게 한 것이 정말 국가적으로 보탬이 되는 일이었을까?

어쨌거나 굳이 보냈어야 하는 것이었다면 관련 분야의 인물 혹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사람들 중에 선발하는 것이 맞지 않았나 싶다. 이를테면 공군 조종사 등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정말 제가 낸 세금이 너무나 아깝다.

2007/02/05

perl 을 보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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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일 씩이나 해야 하는 것보다 스크립트성 언어로 재빨리 하는 것이 나은 서버 관리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 이왕 배우게 된 루비를 사용하여 뻘짓을 하다가 운영 서버들에는 루비가 깔려 있지 않고 깔려 해도 절차가 복잡하여 그냥 포기하고 sed, awk, shell script 를 쓰던 중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perl 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펄 책을 살까 싶었는데 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고마운 사이트들이 지천에 널려 있으니...

점점 컴파일이라는 것이 하기 싫어지려고 한다. 어차피 컴파일도 빌드 툴에서 알아서 해 주게 설정해 놓고 있긴 하지만, 그 설정조차도 하기 귀찮다. 결국 스크립트 삽질 끝에 webapp 빌드를 위해 컴파일 설정도 하긴 해야 하지만...

2006/07/28

우리 나라는 왜 방향지시등 색을 바꾼 차들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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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미국 등 서양 사람들은 매우 문란하고 멋대로 사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당시 가치 판단의 기준 중 하나가 어쩌다 접하게 되는 playboy 같은 것들... 뭐 어렸을 때니 그랬겠지.

그러다 나이가 들고 실제 그 곳에 가 보니 사람들 생각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에 놀랐고 기본적인 법규 준수율이 높다는 것에도 놀랐습니다. 맨날 총질이나 해대고 범죄가 엄청 많은 곳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들의 의식 수준 자체가 높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기본적인 법규 위반에 대한 벌칙이 상당히 무거운 편이었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에서 일부 차들이 방향 지시등 색을 파란 색으로 바꿔달고 다니는 것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번호판 둘레를 네온등으로 장식한 것도 있고.

차량 개조로 치자면 사실 미국 같은 데가 매우 자유롭고 다양하다. 우리 나라는 사실 차량 개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다고 해도 결국은 불법이 되는 것이고... 합법적으로 가능한 것이 호루천막 개조 정도?

그런데 그렇게 자유분방함이 허용된 미국의 경우 방향지시등 같은 것을 다른 색으로 바꾼 것은 찾아 보지 못했다. 거기는 별의 별 차들이 다 있습니다. 쇼바에 무슨 장치를 했는지 정차중에 보통 차는 도저히 불가능한 요동을 한참 치는 퍼포먼스를 한 뒤 돈을 받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농장 같은 데서 쓰는 빅풋 같은 차량도 있고... 오히려 많은 자유가 허용되어 있어서일까? 아무튼 별의별 개조차량 중에서도 어쩌면 하나의 약속이랄 수 있는 방향지시등 색깔 등을 바꾼 차를 내 경우 단 한 대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뭐, 나름대로의 개성 표현이라 생각하는지 몰라도 방향지시등 색을 바꾸고, 전조등을 HID 램프로 바꾸는 것도 모자라 거의 상향등 수준으로 조정해 놓고... 후자의 경우는 지극한 이기주의일 뿐 개성 표현도 아니다. 방향지시등 색깔은 하나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깨 버린다는 것이 나로서는 용납이 안 된다.

나도 자유 좋아하지만 최소한의 룰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최소한의 룰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에 대한 심판은 단호해야 하는데 실제 법규가 오히려 그 것을 조장하는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속도위반 벌금이 기껏해야 7만원 정도로 알고 있다. 미국 애들은 주마다 다르고 역시 우리처럼 속도위반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300 정도라고 들었다. 창밖으로 쓰레기 던지는거 적발시에는 $1000 이었고.

허용해도 문제없을 자유는 제발 좀 허용하고 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적용하고 학교에서 교육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6/02/03

사용자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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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샀던 LCD 는 TV 수신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고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LCD 의 리모콘에 관한 것이다.

처음에는 뭐 이런 어이없는 리모콘이 다 있나 싶었다. 0~9 까지의 숫자, 볼륨조절, 채널 넘김... 보통의 TV 리모콘과 모양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뭔지 모르겠는 [-/--] 버튼도 있었는데 이게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어이없게도 이 리모콘은 10자리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없었다. 10번은 물론이고, 임의의 10x + y 번을 한 번에 고르는 것이 불가능했다(결국은 그게 가능했는데, 이후의 이야기이다).

17번을 보고 싶다... 그러면 일단 9번을 고른 후 열심히 channel up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49번까지 갔다가 별거 없어서 20번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그냥 channel down 버튼을 누르기보다 9번을 누르고 다시 channel up... 어떻게 이렇게 개떡같이 만들었을까 싶었다. 이 것을 만든 사람들이 덜떨어진 바보는 아닐 텐데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매뉴얼을 뒤져봐도 리모콘 기능 자체는 아예 언급이 없었다. 작년 여름 직전에 샀으니, 한 8개월 정도 이렇게 힘들게 썼다.

그러다가 얼마 전 설 연휴 기간 중 마찬가지로 멍하게 채널 탐색 중이었다. [9] 를 눌렀는데 반응이 없길래, 책상 모서리에 가려서 신호가 도달하지 않았나보다 싶어서 리모콘을 치켜들고 연신 [9]를 눌러 댔다. 그런데 난데없이 99번 채널이 선택되어 있었다...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싶어 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실수로 [-/--] 버튼을 눌렀던 것이 생각이 났다. 다시 그 버튼을 눌러 보았더니 화면에 순서대로 -, --, --- 이 표시되었다... 각각 0~9, 00~99, 000~999 까지 선택 가능하게 모드를 전환해 주는 버튼이었던 것이다.

나름 IT 분야 종사하는 사람이지만 태어나서 처음 보는 [-/--] 버튼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고 알 수 있었을까... 누군가는 그랬을지도... 하다못해 매뉴얼에라도 나와 있었으면 아, 그렇구나 싶었을 터인데, 처음에는 [-/--] 이 무슨 시간 표시하는 기능인가 싶어서 관심도 없었다.

아무튼 TV 리모콘은 옛날 13번까지밖에 채널이 없던 시절에는 <, > 만으로도 충분했었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01, 09, 17, 64 등으로 숫자 조합을 해서 쓰는 것이라고 어느 새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 살아 왔다. SkyXxxx 등은 백 자리까지 있어서 세 번 누르는 것으로 기억한다. 의외로 첨단 분야와는 거리가 멀고 게을러서, [-/--] 기호가 의미하는 바를 이미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익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였다. 그리고 우연히 [-/--] 를 누르게 되지 않았으면 앞으로도 계속 <, > 만으로 채널을 선택하며 살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매뉴얼에 2~3 줄 정도만 언급해 놓았어도 이렇게 바보짓을 하면서 오히려 그 회사 엔지니어들을 욕하며 살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 문제 때문에 상당히 그 LCD 를 사고싶어 하던 사람 여럿이 리모컨에 대한 저의 혹평을 듣고 안 샀으니, 그 회사로서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하여 한 20대 정도를 더 팔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셈이다. 매뉴얼에 언급하지 않은 2~3 줄 때문에.

2005/12/16

여러분이 작성한 소프트웨어의 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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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던 책 중에 나와 있던 내용이다. 어이없는 일은 어느 나라 어느 조직이건 간에 없지 않은 듯.


쉬어가는 의미에서 필자가 코넬대학 인공지능 연구소의 Claire Cardie 교수에게서 들은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이 이야기는 교수님이 우주선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의 이야기이다. NASA 에는 우주선에 쓰이는 모든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는 각 부품이 어느 정도의 무게가 나갈지를 책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교수님의 팀에서는 몇 주 동안이나 소프트웨어는 전혀 무게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팀원 중 하나가 예전에나 사용하던 구닥다리 천공카드를 사용해서 이 천공카드의 무게를 프로그램의 무게로 하는 것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물론, 무게라고 해봤자 우주선 자체의 무게에 비해 정말 새 발의 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멋져 보이는 이 제안에도 문제가 있음을 다른 팀원이 발견해냈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은 천공카드에서 소프트웨어는 천공된 구멍들이지, 천공되고 남은 카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무게를 재려면 천공된 구멍들의 무게를 재야 할 판이었다.

결국 소프트웨어의 무게는 그냥 NASA에서 인정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무게로 기록되었다.

- 버그 패턴과 자바, p79. 인포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