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부터인가 나조차도 무슨 CPU가 어떠한지 전혀 모르게 되었다. 한때는 최고 사양의 부품만을 찾아 조립하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적당히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주의다. 사실 지금은 맥북을 쓰고 있으니 그런 고민조차 안 하긴 하지만.
어른들 것을 마련하려 할 때에도 '사양이 처지지 않는' 것을 택하려 했지만 몇 년 전 부터 아톰 계열 CPU가 달린 제품을 써 본 후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웬만한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CPU 사양이 그렇게 좋을 필요가 없음을.
이것저것 찾아봤더니 생각했던 예산보다 낮은 금액대에서 몇 가지 제품이 눈에 띄었다. 역시 CPU는 AMD 라던가 몇 세대 이전인 코어듀오 이런 것들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듀얼 CPU라니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Acer 제품이었다. 셀러론이지만 가장 최근의 코어 아키텍처를 적용한 CPU를 쓴다(고 읽은 것 같다). 게다가 메모리는 4G, HDD 는 5400RPM 이지만 500GB 짜리다. 요즈음 말레이시아 홍수 때문에 HDD 가격이 폭등했다던데, 이 제품은 아직까지는 그 영향에서 자유로운가 보다.
화면은 15인치라 어른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좋을 것 같다. 해상도는 요즈음 표준인 1366x768인데 화면 크기에 비해 낮은 해상도인 듯 하지만 이게 또 어른들 보시기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온다. 15인치짜리 크기이다 보니 무게는 아무래도 2kg이 넘어 휴대성이 안 좋지만 어른들이 휴대할 리도 없고 집안에서만 쓴다 해도 거추장스럽게 이것저것 늘어놓지 않아도 되니 주위가 지저분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인데 나름 이 정도 사양이면서 40만원에 못 미치는 돈으로 구할 수 있다. 요즈음 조립 PC를 얼마에 구성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매우 바람직한 가격이라는 느낌이 든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저가형' 노트북이 60~70만원대 였던 것 같으니.
10년 전에 비해 물가는 무지막지하게 올랐으니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당시 노트북 가격에 비해 지금은 얼마나 내린 것인가? 물론 여전히 고사양 노트북은 100만원대 중반을 넘어가지만 최하 100으로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을 감안하면 지금 노트북은 정말 싸졌다.
게다가 내장 ODD 는 DVD-R 도 아닌 RW 다. 뭐, 이것도 부품 자체가 싸졌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이라면 별로 놀랄 만한 대상이 아니려나.
요즈음에야 검색으로 얼마든지 정보를 취할 수 있으니 제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시시콜콜히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5인치다 보니 상당히 큰 느낌이다. 비교해 놓을 것을 같이 찍어놓지 않으니 감이 안 오는데 사실 밑에 깔아놓은 벨킨 패드로 비교를 할 수는 있다. 보편적인 제품이 아니긴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만큼 마그네슘 합금 뭐 그런 것을 썼을 리가 없고 상판 하판 공히 플라스틱이다. 하판이야 그렇다 쳐도 저가형 노트북들은 상판이 실망스러웠던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상당히 무난한 느낌이다. 물론 취향 문제이긴 하지만 충분히 보편적으로 그렇게 느낄 만 한 마감이다.
가격이 싼 이유 중 하나는 M$ 윈도우가 빠져 있기 때문인 것도 한몫 할 텐데 노트북 사자마자 리눅스를 설치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윈도우를 써야 해서 Win7을 깔았는데 OS 비용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제품 자체에 4GB 메모리 모듈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고 2GB 모듈을 별도로 제공하는 것 같다. 따라서 구매서 구매처에서 설치해 보낼거냐 직접 할 거냐를 선택하게 되어 있었는데 항상 그래 왔듯이 직접 하겠다고 했다. 속을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그런데 이게 메모리 업그레이드 등 뭔가를 바꾸기 위해 분해하는 것은 상당히 괴롭다. 하판의 나사 24개인가를 풀어야 한다.
업체에서 제공해 준 메모리 모듈의 칩은 킹스톤 것이다. 속에 '원래' 꽂혀 있는 것도 킹스톤 제품인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윈7 설치 이후 대략적인 웹서핑 및 기타 사진보기, 동영상 재생 등의 작업을 진행해 본 결과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소소한 일상 가운데 사용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을 듯 하다.